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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하루이틀사흘나흘

[경고] 신종 구걸 방법

사실 신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디서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지난해에 한번 겪었었는데,
어제 또 겪게 되었습니다.

학교 통학버스가 인천으로 돌아올 떄에는
인천터미널에 내려줍니다.

터미널 근처에는 마트나 백화점, 상가 등
인천에서도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된 지역이라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이럴 때를 노려 인상이 좋아보이는 사람에게
뭐나 좀 뜯어 볼까 하고 접근하는 부류가 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노숙자고 다른 하나는 어떤 종교단체죠.

이 일은 노숙자와 관계된 일말입니다.

지난 해 일부터 꺼내보면

막 통학버스에서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려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말을 거시더군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어폰 뺴고 대꾸했습니다.

아저씨 : 저기 학생, 내가 인천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렸어.
집이 강릉인데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서 말이지..

나 : .......

아저씨 : 내가 LG도 다녔고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
내가 연락처도 적어줄께. 내일 돈 다시 돌려줄 수 있어.

약간 의구심은 들었지만,
사실 외가도 강릉이고 아저씨 옷차림이 그저 평범한 차림이었기 떄문에
돈 빌려드릴 뻔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나 : 아저씨 신분증은 있어요?(강릉인지 확인하려고..)

아저씨 : 지갑을 통채로 잃어버려서..

나 : 그럼 핸드폰은요?

아저씨 : 핸드폰도 잃어버렸는데..

여기서 갑자기 확 풍기는 술냄새.
딱 알아차렸습니다.

나 : 그럼 뭘 믿고 돈을 빌려드려요?

아저씨 : 나 LG도 나왔다니까..
다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없어서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여기서 정말 그런거면 곤란한 상황이기 떄문에
정말 경찰서 데려가서 신분 확인하고 돈 빌려드리고 싶었지만,
술냄새는 확 풍기는데 말은 안 꼬인 걸로 봐서
돈이나 좀 받아서 술 사려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나 : 제가 카드써서 현금이 없네요. 죄송해요.

이 아저씨 며칠 후에도 터미널에서 보이더군요.

그런데 어제 제가 200원 삥뜯긴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글 쓰는거죠.

어제도 통학버스에서 내려서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10시 방향에서 제 쪽으로 걸어오던 약 20살 가량의 남자애가
제가 지나치자 마자 제 뒤로 따라붙더군요.(그림자와 인기척으로 확인)

한 3발자국 지나니 누군가 갑자기 제 어꺠를 잡았죠.
그 남자애였습니다.

사실 기분은 나빳지만 일단 대꾸해줬죠.

나 : 예?

남자 : (실례합니다란 말도 안하더군요,) 강화도 가려는데 강화도가 어느 방향이죠?

아니 터미널에서 강화도로 가는 버스를 묻는 것도 아니고, 방향이 어디냐니?
이상했지만 일단 알려줬습니다.

나 : 음.. 일단 저쪽 방향..

남자 : (말 끊으면서..) 제가 강화도까지 걸어가려고 하는데요..

나 : ........(강화도까지 걸을만 하지..;;)

남자 : (이러쿵 저러쿵) 해서 터미널에서는 강화도 가는 버스가 끊겼고,
다른데 가면 탈 수 있는데, 돈이 없어요. 돈 좀 꿔 주실 수 있으세요?

나 : (바로 같은 수법으로) 카드만 써서 현금은 없는데요.

남자 : 그럼 동전이라도..

아 정말 동전이라도 달라는데 불쌍해서 안 줄수도 없고..
주머니에 손 넣으니 200원 있더라구요.

나 : 여기요.

주니까 그냥 받아서 가던데..
다짜고짜 사람 잡고, 200원이지만 고맙다고도 안하고..

물론 이 두 경우는 돈 뜯어내려고 일부러 그런거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말 급한 사람들을 못 돕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이런 일을 겪은 제가 아무런 의심없이 도와줄 수 있을까요?

초등학생 때 동생이 친구집에 갔다가 버스를 반대로 타서,
돈도 없고 집에까지 5시간을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겪은건 아니지만 동생이 힘들었던거 알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 돕고 싶거든요?

제발 인상보고 착해보이는 사람들 꼬셔서 돈 좀 뜯어내지 마세요.
(그럴 시간에, 그럴 시나리오 짜는 동안에 일거리를 찾던가.. 종이를 줍던가..)

p.s. 그리고 인상이 좋고 얼굴에 복이 많다면서 나 붙잡는 사람들~
왜 외간남자 팔을 막 붙잡고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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