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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기/별보는 이야기

천체망원경의 역사

 렌즈에 확대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은 2,000년 전 그리스 프톨레마이오스 클라우디오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안경용 또는 확대용의 렌즈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많이 만들었으며, 14세기경의 베네치아는 렌즈 제조의 중심지였다. 그 후 렌즈의 연마기술은 베네치아로부터 벨기에의 플랑드르 및 네덜란드의 미델뷔르흐로 옮겨졌다.

  망원경을 만든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1608년 네덜란드 미델부르흐의 안경장(眼鏡匠) H.리페르세이이다. 그 이전에도 알크마르의 J.메티우스 및 미델뷔르흐의 렌즈 연마공 Z.얀센이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깝게 보는 안경을 만들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리페르세이가 망원경을 발명한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하루는 그의 가게 앞에서 두 어린이가 안경용 렌즈 2개를 가지고 가까운 교회의 탑을 보니 크게 보인다고 하는 것에서 착안하여, 2개의 렌즈를 통에 끼워 망원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망원경으로 장사를 해 볼 생각으로 주정부(州政府)에 신청하여 1608년 10월 2일부로 전매권(專賣權)을 얻었다. 이 기록 때문에 그가 망원경의 발명자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네덜란드에서 망원경을 만들어 벨기에에서 판매한다는 이야기는 당시 베네치아에 살던 G.갈릴레이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는 곧바로 같은 모양의 것을 만들어서 천체를 관찰하여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G.갈릴레이의 공적은 망원경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는 처음으로 망원경을 천체관측에 사용하여 그때까지 눈으로는 관측되지 않던 천체와 우주의 세계를 망원경에 의하여 최초로 탐색하였다는 데 있다.

  G.갈릴레이가 1609년 최초로 만든 망원경의 통은 납이었고, 대물렌즈는 평볼록, 접안렌즈는 평오목렌즈였으며, 배율은 3배였다. 그 후 그는 배율 20배의 것을 만들어서 목성(木星)이 원반 모양을 하고 있고, 달면에 요철이 있는 사실도 알아냈다. 또 1610년 1월 G.갈릴레이는 스스로 연마한 렌즈를 사용한 4번째 망원경으로 목성의 주위에는 4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는 것, 목성이 고르게 밝은 원반이 아니고 밝기와 빛깔이 다른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또 태양면에 흑점이 있다는 것 등 천체에 관한 많은 사실을 발견하였다. G.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만들어 천체관측을 한 성과를 인정받아 파도바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는 그의 생애를 통해 만든 많은 망원경의 대부분을 피렌체의 대재벌 메디치가(家)의 메디치 2세에게 바쳤다. 그 가운데 최대의 것은 대물렌즈의 지름이 56cm, 초점거리가 1.7m, 배율 30배의 것이었다.

  G.갈릴레이가 만든 망원경은 모두 대물렌즈는 평볼록렌즈를, 접안렌즈는 평오목렌즈를 사용하였다. 이 형식은 오늘날 갈릴레이식이라고 하는 망원경이지만, 그가 제작한 것 가운데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10%에 지나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렌즈의 재료로 사용한 베네치아에서 나는 유리가 광학유리로는 부적당하였기 때문이었다. 갈릴레이식 망원경은 상이 정립이지만 시야가 좁다.

  이 결점을 보완한 것이 케플러식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1611년 발간된 케플러 저서의 내용 중에 있는 것으로서, 대물렌즈와 접안렌즈를 다같이 볼록렌즈를 사용한 것이다. 상이 거꾸로 되지만 시야가 넓고 높은 배율이 얻어진다. 이것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케플러식이라고 하는 망원경이다. J.케플러는 이 망원경에 볼록렌즈 1개를 더 쓰면 도립상을 정립상으로 할 수 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이것이 정립대안경(正立對眼鏡) 또는 지상용 대안경이라고 하는 것으로서 지상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고, 천체용으로는 도립상이라도 불편하지 않으므로 이것은 사용되지 않는다.

  J.케플러는 스스로 망원경을 만들지 않았지만 그의 이론에 의거하여 케플러식 망원경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1615년 독일의 제수이트파(Jesuit派)의 성직자 C.샤이너였다. 이 무렵의 대물렌즈는 1개로 만들어졌으므로 렌즈의 프리즘 작용 때문에 백색광이 한 점에 모이지 않고 색에 따라서 상을 맺는 위치가 다른 이른바 색수차에 의하여 상이 흐리게 맺혀졌다. 배율은 대물렌즈의 초점거리를 접안렌즈의 초점거리로 나눈 값이므로 1개의 대물렌즈를 사용할 경우, 배율을 높이기 위하여 짧은 초점거리의 접안렌즈를 사용하면 빛의 꺾이는 각도가 크기 때문에 색수차의 정도가 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물렌즈의 초점거리를 길게 하기 위하여 통의 길이가 길어야 한다. 17세기 후반에 이 방법이 사용되어 매우 긴 망원경이 유행하였다. 1655년 C.호이겐스가 만든 구경 57mm, 초점거리 3m의 망원경, 1671년 J.D.카시니가 만든 구경 137mm, 초점거리 11m의 망원경을 비롯하여 독일의 J.헤벨리우스가 만든 초점거리 49m의 망원경까지 있었다.

  이러한 단(單)렌즈 굴절망원경의 색수차의 결점은 다음에 등장한 반사망원경에 의하여 해결되었다. 반사망원경의 기초 실험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1616년 N.추키이다. 그는 빛을 오목거울에 받아서 이것을 반사시켜 볼록렌즈에 의하여 상을 맺게 하였다. 1663년 J.그레고리가 반사망원경의 원리를 생각해 내어 안경장 J.콕스로 하여금 만들게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때의 주경(主鏡)은 포물면, 부경(副鏡)은 타원면 또는 구면이었다.

  실제로 반사망원경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I.뉴턴으로 그레고리식에서 착안한 것이다. 1668년 뉴턴은 처음으로 이런 종류의 망원경을 만들었지만 이것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1671년에 만든 두 번째 것은 주경이 15.2 cm이고, 그 1/4의 금속경과 대안렌즈로는 평볼록렌즈를 사용하였다. 이것이 대안경의 바로 앞에서 빛이 45°로 꺾여 옆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이른바 뉴턴식이다.

  다른 형의 반사망원경은 1672년 N.카세그레인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빛을 모으는 포물면경의 중앙에 작은 구멍을 뚫어 포물면경으로 모은 빛을 초점의 조금 앞쪽에서 부경으로 포물면경 방향으로 반사시켜 중앙 구멍에서 밖으로 나가 접안경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것은 눈을 경통 방향을 향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금속을 써서 만든 반사망원경으로 특히 큰 것은 W.허셜이 1783년에 만든 48cm의 것과 1789년에 만든 122cm의 것으로 허셜은 이것들을 사용해서 천왕성과 그의 위성 2개, 토성의 위성 2개를 발견하였다.

  굴절망원경의 대물렌즈를 굴절률이 다른 2종류의 유리로 만들어 색수차를 없앤 이른바 색지움렌즈는 영국의 광학기기상 J.돌론드가 처음으로 만들어 1758년에 특허를 냈다. 그 후 돌론드는 새로운 망원경 제작회사를 설립하여 유럽 각지에 제품을 공급하였다. 18세기 말경부터 공업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큰 렌즈용의 광학유리가 생산되어 대형 색지움렌즈를 쓴 망원경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19세기 후반은 대구경의 굴절망원경이 만들어진 시기로서, 이 무렵에 완성된 세계 제1의 굴절망원경은 1898년 제작된 여키스천문대의 100cm이며, 제2의 것인 1888년에 제작한 릭천문대의 91cm 굴절망원경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19세기 중엽부터는 반사망원경의 거울의 재료로서 금속 대신 유리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독일의 광학기술자 C.A.슈타인하일은 1856년 처음으로 지름 10cm의 유리 반사경을 만들었다. 이것은 원반 유리표면을 포물오목면으로 갈아서 거기에 은도장(銀塗裝)을 하여 표면의 반사를 이용한 것이다. 그때까지 반사망원경의 재료로 사용된 금속은 몇 년 지나면 녹이 슬어 못 쓰게 되어 다시 연마하지 않고는 망원경에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유리반사경의 경우는 도장면이 변하면 그 면을 다시 도장하면 그대로 사용할 수가 있다. 또 거울 재료로서의 유리는 표면반사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질이 좋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유리반사경을 사용한 망원경이 금속반사경을 사용한 망원경을 대신하여 등장하게 되었다. 그 후 반사경 재료의 유리 원반은 녹은 유리를 틀에 흘려 넣는 방법으로 상당히 큰 것까지 만들 수 있게 되어, 19세기 말경부터 대형 반사경이 유럽과 미국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1917년 완성된 윌슨산 천문대의 2.5m 반사망원경과 1948년 완성된 팔로마산 천문대의 5m 반사망원경은 완성될 때 세계 최대의 크기였다. 이들 망원경을 사용하여 얻어진 항성과 성운(星雲)의 연구 및 먼 은하세계의 지식은 천문학을 발전시켰고, 현대의 과학적 우주관의 확립에 큰 공헌을 하였다. 오늘날 세계에는 2.5m 이상의 구경을 가진 망원경이 18대 있으며, 1970년 러시아에서 구경 6m의 망원경을 완성하였다.

  구경이 큰 것을 만드는 한편, 질적인 개량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사경 재료로서의 유리의 재료도 팔로마산 천문대의 5m 반사경 이후 한결같이 팽창계수가 작은 특수유리, 예를 들면 파이렉스·실리카 등을 사용하고 경면의 도장도 단순한 거울도장 대신에 알루미늄의 분자를 진공증착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망원경은 이와 같이 시대의 변천 및 기술의 발달과 함께 소형의 단렌즈 망원경에서 색지움렌즈의 굴절망원경으로, 그리고 금속반사경에서 특수유리 반사경으로 개발되어 왔다. 오늘날은 목적에 따라서 굴절 또는 반사형이 사용되고 있다. 또 용도에 따라서 천체용 또는 지상용의 구별이 있어 지상용으로는 관망·감시·측량·레크리에이션용 등 널리 쓰이고 있다.

  큰 천체망원경은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는 형식보다 별빛을 전류로 바꿔서 기록하는 방법으로 사진촬영 또는 프리즘을 부착하여 스펙트럼을 관측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망원경은 손으로는 지탱할 수가 없으므로 가대(架臺)에 설치하며, 그 방법에는 남북의 자오선 내에서만 움직이는 자오의식(子午儀式), 상하와 수평의 2축에 의하여 회전하는 경위대식(經緯臺式), 지구의 자전축에 평행한 극축(極軸)과 이것과 직각방향으로 회전하는 축과의 2축으로 지탱되는 적도의식(赤道儀式) 등의 구별이 있다. 적도의식은 천체의 일주운동(日周運動)을 따라가는 데 훨씬 편리한 가대형식이므로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컴퓨터의 발달로 제작이 쉬운 경위대식이 많이 채택되고 있다.

  또 렌즈를 쓰지 않고 금속판이나 금속의 망(網) 등으로 반사경을 만들어 천체로부터 오는 전파를 모으는 망원경을 전파망원경이라 한다. 이것으로는 전파천체(태양·행성·항성·성운·은하 등)와 인공천체 등의 폭넓은 관측을 통하여 현대 천문학 발전에 많은 업적을 쌓고 있다. 근래에는 망원경을 지구 주위 궤도에 올려 놓고, 지상에서 관측 불가능한 천체의 i선·X선·자외선·적외선 등을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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