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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기/별보는 이야기

소행성 2007 TU24 관측기

지구 종말의 날. 1월 29일.

1월의 핫이슈. 1월 29일 지구충돌위험.
지구는 250m 크기의 소행성으로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 소행성은 지난해 10월에서야 발견되었고,
2007 TU24로 명명되었다.

내가 소행성의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다음 신지식을 통해서였다.
당시 관련 기사는 익명으로 제보된 것이었고,
충돌 예상 일주일 전에 나온 기사라
인터넷 상에서는 지구종말론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자료를 본 사람이라면 알았을 것이다.
혤리혜성을 보는 것 만큼이나 인생에 있어서 절호의 기회였다는 것을..

곧 자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스카이&텔레스코프에 잘 정리된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자료를 검색해 나름 위치를 파악하고 관측가능 여부를 생각해보았다.
소행성은 지구-달 거리의 1.5배 정도 거리를 통과하며,
예상되는 밝기는 10.5등급 정도라고 하였다.

이를 본다면 언론매체나 일부에서 말하는 80mm 이상의 망원경이면 관측이 가능하다지만
10등급의 소행성이 그렇게 만만한 대상은 아닌것이다.

일단 별과 같기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하고,
움직이는 대상을 잡아야 하기에 포인트를 노려 찾아야 한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소행성의 데이타를 수집하였다.
다행히 나사에서는 소행성의 좌표를 사용자의 설정에 맞게 프린트 할 수 있었다.
얻어진 데이타를 가지고 최접근 시기에서 최대밝기를 보이는 시기에 관측포인트를 잡았다.
시간은 29일 19~24시 경.
우라노메트리아에서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일단 대략의 이동경로는 확인했지만,
우라노메트리아는 9.5등급의 별까지 나와있었기 때문에
좀 더 어두운 별을 표시하는 성도를 찾아야했다.

또 눈이나 파인더로 확인은 불가능 했기 때문에 정확한 좌표를 찾을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먼저 적도의식이나 자동도입장치를 갖춘 가대.
그리고 10.5등급 정도의 소행성을 볼 수 있을만한 천체망원경.

이런 이유로 나는 어린이천문대를 찾았다.
무엇보다 MEADE LX200GPS 16"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오후에 확인한 위성사진은 맑은 날씨를 예상하게 했지만,
저녁무렵의 하늘은 옅은 구름이 깔려 있었다.
만발의 준비를 갖춘 후에 망원경을 마음대로 쓸만한 그곳을 찾았다.

16인치의 위력을 믿고, 19시에 좌표를 입력. GOTO.
역시나 날씨가 따라주질 못한다.
또한 얼라인이 정확히 되어 있지 않았음을 확인.
더군다나 그곳의 일정때문에 계획에 없던 알바를 하느라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역시 소행성이 만만한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다행인 것은 그 두시간 동안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역시 겨울의 밤하늘이란..

21시. 잠시 시간을 내서 얼라인을 한 후 새로운 좌표를 입력했다. 다시 GOTO.
얼라인은 정확히 입력된 좌표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게 웬걸.. 16인치의 망원경은 9.5등급 성도보다 많은 별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좋은 소식은 소행성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나쁜 소식은 9.5등급보다 많은 별이 나온 성도를 어디서 구하냐는 것이었다.

9.5등급보다 어두운 별을 표시한 성도를 찾을 수 없어서 스태리나잇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스태리나잇에서 적경적위값을 표시하고 프린트 한 뒤,
10분 단위로 소행성이 지나리라고 예상되는 지점을 표시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린트 된 이미지는 12.3 등급까지 표시하고 있었는데,
16인치와 윌리엄옵틱스 28mm 82도 아이피스의 조합은 11등급까지 무리없이 보여주었다.

다시 밤하늘 속을 들여다 보았다.
다행히도 얼라인이 정확해서 좌표값과 동일한 위치를 볼 수 있었다.
이제 기다림뿐..

기다림..

23시 00분
RA 05h 53m 37.61s / Decl +72˚ 41' 06.6"
실패

23시 10분
RA 06h 00m 00.41s / Decl +72˚ 46' 45.9"
실패

23시 20분
RA 06h 06m 24.74s / Decl +72˚ 51' 35.0"
실패

23시부터 약 한시간동안 새로운 좌표입력과 성도비교를 해 보았지만
소행성은 찾을 수 없었다.

망원경으로는 10.5등급까지 정확히 보였고,
그보다 어두운 별들은 희미하게 인식이 되었다.

아쉬움..

아쉬운 마음에 몇번의 시도를 다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3시 40분, 23시 50분에 예상되는 좌표를 입력하고
움직이는 천체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떳지만
역시 시야에는 소행성이 보이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리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겨울추위가 내 열정을 식게 만드나보다.

p.s. 망원경을 정리하고 내려오면서 생각해 보았는데,
소행성을 찾지 못한건 16인치로 보이지 않았던게 아닌 것 같습니다.
움직이는 대상이지만 그와 비슷한 밝기의 대상으로 확인을 해보았으니까요.

그럼 단 한가지, 위치가 정확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10분단위로 뽑은 나사의 데이터가 정확하지 못했는지,
제가 정확한 포인트를 노리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아쉬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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